미야자키 하야오 (みやざきはやお | 宮崎駿)

 

 

하야오의 세계에 대해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시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인 오시이 마모루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엿볼 수 있는 극우적인 태도와 전개에 대해 비판의 견해를 보였다. 점점 더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듯한 하야오의 세계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하는 견해들도 많다. 하지만 그가 일궈낸 지브리 스튜디오가 오늘날 디즈니로 대변되는 애니메이션 스타일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스타일과 세계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하야오의 의미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 작품을 어느 정도 흥행시켜야 다음 작품을 제작할 경제적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에 하야오의 색깔이 보수적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보여주는 낭만적인 풍경들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인간의 대안적 상상력을 충족시켜 주었다.

그의 작품에는 그를 알려주는 사인처럼 하늘을 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1941년 1월 5일 일본 동경에서 태어난 그는 비행기 회사를 경영하는 큰아버지와 공장장인 아버지 덕분에 비행에 친숙했을 것이다. 단순한 그림쟁이가 되기 싫었던 탓에 대학에서 일부러 정치경제학을 공부했던 하야오는 도에이 동화에 공채로 입사하면서 훗날 함께할 여러 지인들을 만난다. 그가 꿈꾸었던 것은 조금 더 자유롭게 애니메이션을 창작하는 것이었고, 지브리 스튜디오는 그에게 요람이 되어 주었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를 비롯하여 인간적 유대로 똘똘 뭉친 하야오의 세계를 엿보게 만든다. 그 속에서 피어난 인간의 모험심과 꿈꿀 권리야말로 그의 애니메이션이 여전히 기다려지는 중요한 이유이다.

 

 

 

이상용 | 영화평론가

글쓴이 이상용은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이다. 여러 신문과 매체에 영화와 문화에 관한 글을 써 왔으며, 지은 책으로는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이 있다. 이외에도 여러 권의 공저가 있다.